황창진 목사
황창진 목사

요즈음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성하면서 교회에 관하여 들려오는 이런 저런 안타까운 이야기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인 듯 합니다. 이른 새벽까지 뒤척거리다가 간신히 잠에 들어가면 이전보다도 더 많이 꿈을 꾸는 듯 합니다. 아마도 일상중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으니 자꾸만 꿈속에서 그 생각들이 의식의 표면 위로 올라오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꿈은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경험을 하는 걸 보면 몇몇 꿈은 매우 생생합니다.

바닷가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그러는데 자꾸만 ‘싫어 싫어’ 그러며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자꾸만 합니다. 뭔가 매우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뒤로 제쳐 가면서 속상한 마음에 정신없이 달리다가 온 힘을 다해서 ‘철퍼덕’ 앞으로 자빠졌습니다. 입 안으로 한가득 몰려 들어온 모래는 차치하고 피부속으로 파고 드는 모래는 차라리 개운하다는 자해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엎어진 채로 ‘끄어엉’ 울다가 눈물에 지칠 때 쯤 벌떡 일어났습니다. 무릎, 팔꿈치 등에 박혀 있는 모래를 빼어내느라고 집중하는 시간이 역설적 즐거운 장면으로 클로즈업 되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서 알지도 못한 사이에 가슴에 박혀 있는 기다란 못 하나를 빼내는 그 막막한 통증에 ‘으악’ 소리를 지르다가 개운하게 ‘철퍽’ 다시 엎어졌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날,
‘참 예쁘다’ 그러다가 ‘아이구야~~’ 너무 많이 내리는 눈이 걱정되니 밤새도록 눈을 치웠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쌓이기만 하는 눈은 석가래질을 하는 팔을 너무 힘들게 하고, 그러니 눈 위를 마구 달리며 눈을 헤집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렇게 달리는 사이에 정신없이 쌓인 눈이 예배당 입구의 문보다 훨씬 높이 쌓여서 문이 열리지 않는 장면으로 화면이 확 하고 바뀌었습니다.

석가래를 들고 정신없이 예배당 앞으로 달려와 힘에 부치게 눈을 밀어내면서 ‘엉 엉~~’ 울다가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눈 앞에 눈이 녹아서 생긴 검은 색 쉐이크덩어리가 교회를 얼룩지게 합니다. 맑기만 할거라고 생각하고 예뻐했던 녀석이 시커멓게 다가오니 눈물이 멍하니 쏙 들어갔습니다.

한복 윗저고리에 월남치마를 입고 머리를 산발한 아주머니 한 분이 어둠이 가득한 이른 새벽에 사택의 문을 정신없이 두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그랬습니다.

“무섭죠?”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저 십자가가 안보여요?”
“십자가? 풋~ 그 십자가를 목에 걸고 도둑질하고 거짓말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요?”
“하학~~”


갈대(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텅빈 예배당 한가운데 홀로 앉아서 입을 틀어막고 울고 있었습니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그 드높았던 기상은 온데간데 없이 흐트러지고 바닷가의 모래밭을 달리면서 울고, 내리는 눈을 보고 좋아하다가 다시 울고, 뭔지도 모르는 불안이 밀려올 때 당황스러워 하기만 하는 그런 식의 삶의 양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살아가는 일을 헛헛하게 하는 그 뭔가 때문에? 소위 내던져졌다는 인간의 피투성被投性 때문에요? 그렇게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꺽꺽’ 울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흐릿하게 한 줄기 이야기가 시야를 지나갑니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 . .

“여보, 아까 경숙 집사님이 다녀가셨잖아요?”

교회에 서류를 가지러 오시면서 맛난 먹거리를 두고 가셨다고 아내가 그랬습니다. 그렇게 함께 길을 걸어주는 길동무들이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그 사이를 못참고 ‘헛헛해’, ‘피투성被投性’ 운운하며 힘들어하고 외로워했나 봅니다.

참 어려운 시절에 그리스도의 은총의 빛 아래에서 다시 희망하기로 합니다.

외로움 사이로 주님의 말씀 한 구절이 떠 오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니 떨지 말아라”(사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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