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바람의 노래  /  노래 : 조용필, 작사 : 김순곤

강명희 사모
강명희 사모

'계절의 여왕' 자리를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싶은가 의문이 들 정도로 5월의 날씨가 어수선 하기만 합니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마당 한 귀퉁이에 심은 작약이 봉우리를 터뜨리지 못하고 거센 바람에 시달립니다. 이렇게 바람이 불 때는 땅바닥에 잔뜩 웅크린 꽃들이 더 안전하지요.

작약처럼 큰 얼굴을 가진 꽃들은 비가 오면 그 비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고 고개를 꺾을 때도 있더군요. 왕관을 쓰는 자는 그 무게를 감당하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에 비하면 섬백리향 꽃들은 자기들끼리 손을 꽉 잡고 촘촘하게 그 세력을 넓혀 땅을 덮고 있습니다.

꽃은 작지만 향기는 백리를 간다고 하나요? 벌들은 그 향기를 찾아 웅웅거리며 그 아름다움을 칭찬해 줍니다. 정원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교회 마당의 빈틈에 꽃을 심은 지 4년이 되고 보니 이제는 제법 틀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벚꽃나무, 영산홍의 대잔치를 마치고 보라색 아이리스와 초롱꽃의 시간이 왔습니다. 언덕길에는 데이지가 살랑거리구요. 데크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화분에 옮겨 심은 꽃들이 자리하고 있지요. 꽃몸살을 앓는 것을 알아챈 남편이 나를 데리고 화원에 가서 맘껏 고르라 하고 심어준 꽃들입니다.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매주 화원을 기웃거려야 병이 안 난다는 걸 이 남자는 깨달은 것이지요.

어머님을 하늘나라 보낸 후 장미를 심은 권사님은 장미가 잘 자라는지를 매번 살핍니다. 풀을 뽑고 가지를 치고 유인하고 늘 그 마음을 장미에 둡니다. 작년에 꽃씨를 잔뜩 뿌리고 나서는 시종일관 그 곳에 싹이 났는지만을 들여다 봅니다. 그 모습이 아이 같아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그 마음은 심은 자만이, 뿌린 자만이 알 테지요.

또 다른 분은 세심하게 잡풀을 뽑고 새로 난 싹을 돋아주고 돌보아 줍니다. 남편은 매일 물을 주고 약을 치고 무성한 풀을 예초기로 베고 하면서 우리의 동산은 점점 아름다워집니다. 성경을 비유로 들 필요도 없이 누군가는 씨를 뿌리고 누군가는 가꾸고 물을 주고 또 누군가는 한번 씩 와! 이쁘다 하고 감탄해 주는 일까지 꽃에 대한 예의를 갖춥니다. 누구도 제 일을 생색내거나 게을리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 동산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피어납니다.

꽃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단순하게 나이 탓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내 힘에 자라지 않은 옷을 입고 사느라 지친 육신을 꽃이 치유했노라는 그 이유로도 충분치 않습니다. 국민총생산 3만 불 시대에는 가드닝이 트랜드가 된다는 이야기로도 다 풀지 못합니다.

12년 전, 농촌에 오고 보니 햇빛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낮은 너무 환하고 밤은 너무 어두워서 두려웠습니다. 이 분명한 명제가 두렵다고 느낄 만큼 자연과 반대의 삶을 살았구나 싶었고 그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꽃들을 보게 된 거지요.

비가 오면 봉우리를 오므려 씨를 보호하는 꽃을 만났고 영하의 날씨를 견뎌야만 꽃을 피워내는 식물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 안에서는 저 꽃과 내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은 나뿐이 아닌 것이지요.

지금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꽃처럼 여기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 생명을 위해서는 씨를 날리기도 하고 포기를 나누기도 한다지요. 이젠 꽃을 한 삽 푹 떠서 주기도 하고 가지를 잘라 주기도 합니다. 나누지 않으면 번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요 며칠은 우리 마당을 찾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에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마치 차려놓을 것이 풍성한 식탁을 준비한 것처럼 뿌듯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남편의 손길이 바빴습니다. 마침하게 커피는 맛을 냅니다.

지금 내가 아는 것을 진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나는 또 변할 것이고 자랄 것입니다, 모든 생명들이 그러하듯. 내 작은 지혜를 가지고 무엇을 말할까요? 그저 살아갈 뿐, 바람이 불 땐 허리를 낮추고 견딜 것이고 져야 할 때는 미련 없이 떨어지려 합니다. 그나저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는 왜 이토록 아름다운 걸까요?

강명희 사모(경기연회 남양지방 동산교회)

화단을 가득 메운 꽃화분들
화단을 가득 메운 꽃화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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