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목사
이기우 목사

조금은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그럴만한 분들이 아닌데도 둘러앉아서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교인들 같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신학대학교 교수들이 한다는 것은 현실로 금방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총장님의 부탁을 받고 금요일마다 기도원을 찾아 함께 기도한다는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들의 기도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거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평창동 소재의 감람산기도원을 찾았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오래된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많이 낡아 있는 본당에 들어서니 이미 이십 명 가까운 교수들이 방석을 깔고 앉아서 큰소리로 찬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다 평범한 복장에 마스크를 착용하여 누가 누군지 금방 분별이 안됐지만 안내를 받고 총장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도하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기도원에서 느끼는 영감과 함께 교수들의 진지한 모습과 찬송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말씀을 전하기 전에 그들과 함께 한 통성기도는 얼마나 뜨거운지 과연 여기에 있는 분들이 교수들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말씀을 전하기 전에 반 농담으로 “여기 계신 분들이 정말 교수님들이신가요?” 질문했고, 짓궂은 마음이 들어 “그렇다면 혹시 총장님의 강요로 이렇게 모인 것이 아니냐?”고 하여 덧붙여 진지한 분위기를 깨뜨리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기도회이며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진행되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본래 감람산기도원은 수십 년 전부터 목회자와 교인들이 찾아서 기도했던 곳입니다. 목회적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서울 근교의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도원 중에 하나로서 오래전 몇 차례 왔던 기도원이라 그 당시의 상황과 받은 은혜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특별히 ‘감리교 청장년 연합회’에서 일찍이 기도원과 주변의 산과 골짜기에서 나라와 민족 그리고 교회와 선교를 위해 기도의 불을 지폈던 곳입니다. 그들이 지금은 장로들이 되어 더러는 은퇴하거나 시무장로로서 화요일마다 지금까지 그 기도의 사명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교회가 달라짐에 따라 기도의 열기가 그전 같지 않습니다. 기도운동이 시들어가며 이로 인하여 기도원마다 쇠락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류 때문에 감람산기도원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 왔고 결국 경매로 넘어가 불신자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이 사정을 알고 기도하고 있던 ‘서울연회 남선교회’에서 기도하며 모금 운동을 벌여 기적적으로 부채를 안은 채로 매입했고, 기도 중에 뜻을 모아 감리교신학대학교로 기도원을 기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기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문을 들었지만 기도하는 현장에 가서 이렇게 감동과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수들의 순수하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모든 의심과 비판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타 교단에 속한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이 소식을 듣고 자녀들을 감신대에 보낸다는 말을 듣고. 염려와 부담을 안고 시작한 총동문회장이지만 안도감과 고마움 그리고 감격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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