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목사
박기성 목사

아침마다 행하는 성경 읽기가 꽤 재미 있습니다. 구약을 넘어 신약으로 들어갔습니다. 마태복음 10장에는 열두 사도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수없이 반복하여 읽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새롭게 보였습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의 두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읽은 마태복음의 저자인 마태와 시몬의 관계가 그런 사이입니다.

마태는 세리(마 10:3)였습니다. 유대인들은 세리를 이방인(마 18:17)과 창녀(마 21:31) 같은 부류로 취급했습니다. 그들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성전 출입도 금지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로마의 앞잡이요, 매국노요, 민족의 반역자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시몬은 열심당원(마 10:4; 눅 6:15)이었습니다. 이들 열심당원들은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했으며 세리와 같은 민족의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일을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세리였던 마태와 열심당원인 시몬은 결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같은 목적과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못하는 것은 서로 분자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은 극성분자이며, 기름은 무극성 분자입니다. 따라서 물은 물끼리, 기름은 기름끼리만 뭉칠 뿐입니다. 하지만 이 두 물질을 서로 섞일 수 있게 활성화시켜 주는 물질이 있습니다.그것을 계면활성제라고 합니다. 계면활성제가 쓰인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비누와 샴푸가 있습니다. 그것의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잠시 뒤로 하고-계면활성제는 이처럼 서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물과 기름을 한 몸으로 잘 섞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교회에는 세리 마태와 같은 사람도 있고 열심당원인 시몬과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의심 많은 도마와 같은 사람도 있고, 불같은 성격을 가져서 '우레의 아들'(막 3:17)이라는 별명을 가진 야고보와 요한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충동적이고 다혈질인 베드로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결코 서로 섞일 수 없는 관계의 사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한 몸이 되어 평화로울 수 있는 까닭은 계면활성제 같은 그 분 때문입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당신의 교회는 평화롭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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