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회 성동광진지방 비전교회 목회자를 위한 '목회사랑모임'을 찾아서

코로나로 인해 교회에서 모임이 어려워 교회 옆 카페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에서 모임이 어려워 교회 옆 카페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서울연회 성동광진지방에서 코로나 이후 시대의 교회와 목회를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준비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

▲25년째 기도모임과 책읽기 모임 주도해 오는 강유형 목사의 목회사랑

10월 21일(수) 오전 10시 30분, 성수교회가 그 현장으로, 지방 내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이 주 멤버였다. 그런데 이들을 이끄는 이는 감리사를 지낸 '어른급' 중견 목회자였다. 바로 성수교회를 담임하는 강유형 목사이다. 강 목사는 시종 이들과 함께 하며 목회의 멘토 역할을 하였다. 이 날 모인 인원은 기자를 제외하고 13명이었다. 교회에서 모임을 하기 위해 구청에 의뢰했으나 교회에서의 소모임은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교회 옆에 위치한 카페를 빌렸다.

‘성동광진지방 비전교회 목회자를 위한 목회사랑모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비전교회를 섬기고 있지만, 목회를 향한 열정과 사랑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목회자들의 공부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갖는 이 모임에서는 책읽기를 통해 시대와 현상에 맞는 목회를 생각하며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눈다. 목원대를 졸업하고 33년 동안 목회하고 있는 강 목사가 이러한 모임을 주관하기 시작한 것은 어느덧 25년이 되었다.

목회를 향한 바른 마음과 방향을 잡기 위해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다. 목양지가 변경되면 변경된 그곳에서 새롭게 모임을 결성하면서 25년을 한결같이 유지해 오는 모임이다. 이렇게 모여 함께 기도해 온 목회자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목회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이 강 목사의 말이다. 그리고 강 목사가 성동광진지방 성수교회로 부임하자마자 이 모임을 결성해서 지금까지 6년 동안 매월 모임을 갖고 있다.

이를 연회 차원에서 진행하면 보다 많은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 서울연회 원성웅 감독에게 ‘목회 코칭에 대한 정책’으로 제안했고 원 감독도 동의했으나 이후 진척이 안 되었고 모임에 대한 운영비만 일부 지원받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젊은 후배 목회자들을 섬기는 강유형 목사(왼쪽부터 이명현 목사, 강유형 목사, 채교열 목사)
젊은 후배 목회자들을 섬기는 강유형 목사(왼쪽부터 이명현 목사, 강유형 목사, 채교열 목사)

▲목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책읽기와 멘토로 함께 하는 목회사랑

강 목사는 후배 목사들을 향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신학교에서 공부를 했지만, 설교와 기도에 능하지 못한 모습을 보며 목회 선배로서 일종의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안정된 위치에 올라선 선배들이 “교단 정치에 힘을 쏟지 말고 후배들이 목회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후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감리교회가 살아난다”는 것이 강 목사의 지론이다.

지방에서 선교부 총무를 역임한 이명현 목사(서연교회)와 채교열 목사(경신교회)는 이처럼 비전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목회코칭에 헌신하는 강 목사의 사역을 응원하고 비전교회 목회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모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채교열 목사(경신교회)에게서 모임에 대한 성격과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채 목사에 의하면 이 모임은 ①지방 내 비전교회 목회자들이 모이는데 그들에게 목회 상담을 하거나 멘토링 하는 성격의 모임이며 ②미리 책 한 권을 나눠주고 발제 할 분량을 나눈 다음, 정해진 일시에 모여서 토론하고 나눈다.

책은 당연히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목회 관련의 책으로 목회자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을 선정하며, 매 시간마다 강 목사가 자신의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책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보충해 준다. 그래서 목회에 실제적인 도움과 힘이 되도록 이끈다는 것이 채 목사의 설명이었다. 이 목사와 채 목사는 모임이 잘 되도록 일종의 ‘추임새’를 넣으면서 서로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밝은 미래의 감리교회를 그려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밝은 미래의 감리교회를 그려볼 수 있었다.

▲목회의 전문가가 되도록 돕고 후원하는 것이 중견 목회자의 역할

이 모임을 위해서 강 목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후배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우선 매월 읽어야 할 책을 선물하는 것은 기본이고, 식사도 곳곳의 맛집을 찾아가서 대접했다. 기자가 함께 한 이 날에는 성수교회에서 자동차로 40분을 달려 팔당에 있는 맛집(능이버섯오리백숙)으로 갔다.

기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말은 이 모임을 위해서 성수교회 어르신들이 뜨개질을 하여 매월 선교비로 후원한다는 간증이었다. 다음 세대 목회자를 생각하는 담임목사의 열정이 교우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고 젊은 목회자들을 향한 강 목사의 마음깊이를 알 수 있었다. 이것이 감리교회의 미래를 밝혀주는 요소일 것이다.

강 목사의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마다 교회에서 김장을 할 때 모임의 회원들을 잊지 않고 그들 몫도 챙기고, 종종 좋은 선물도 하며 선교비까지 챙겨준다. 중견교회 목회자가 지방의 젊은 세대 목회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 목사가 젊은 목회자들에게 강하게 주문하는 것은 ‘목회에 대한 열정’이다. 특별히 “목회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적어도 원어(히브리어, 헬라어)성경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강 목사의 지론이다. 언젠가 한 젊은 목사의 설교를 듣는데 원어의 뜻에 전혀 맞지 않게 전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하였다. 원어의 뜻을 알지 못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설교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주입하는 것일 뿐이라는 게 강 목사의 주장이다. 그래서 목회자는 열심히 공부해서 전문가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좋은 목회자'가 되기 위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코로나 상황에서도 '좋은 목회자'가 되기 위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책, 『코로나 이후 3년-한국교회 대담한 도전』 소화하기

기자가 참석한 날, 함께 나눈 도서는 미래학자로 알려진 최현식의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생명의 말씀사, 2020)이라는 책이다. ‘코로나 이후 3년’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코로나 위기가 ‘목회 현장에 어떤 변화를 주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내다 보면서 거기에 맞는 목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책을 스케치 하면서 기자의 마음에 든 생각은 ‘코로나 이후 시대를 고민하면서 방향을 찾는 목회자에게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책은 서문을 포함해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코로나 이후 1~2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단기 질서 변화를 다루고 있다. 2장은 2020년 하반기 이후 발생 가능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초대형 경제위기 상황)과 새로운 변화 상황을 대비한 목양적 측면에서의 고민을 다루었다.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는 3년 이상 중장기적 흐름에 변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힘이나 이슈를 예측했고, 한국교회는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담았다.

이 날 ‘책읽기 나눔’ 모임의 말미에 강 목사가 했던 총평은 코로나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모든 목회자와 교회를 향한 일성(一聲)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는 분명히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갖다 주었다. 특별히 교회에 많은 어려움을 주었고 변화도 요구하였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너무 겁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 위기를 이용해서 목회의 전문가가 되도록 ‘내공’을 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테면 새벽기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잘 다루지 못했던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 십계명 같은 신앙생활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새벽기도 시간에 전달해야 한다. 단, 내용을 수준급으로 준비해야 한다. 천안에서 목회하던 시절에 외환위기가 왔는데, 그때 교회를 건축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면 극복할 수 있고 새로운 부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점심식사 후에 간단한 티타임을 갖고 다음 모임인 11월에는 성경을 원어(히브리어, 헬라어)로 읽기 위한 학습을 하기로 정한 후에 각자의 사역지로 흩어졌다. 이들이 감리교회의 중견 목회자들이 되어가면서 이와 같은 운동이 퍼져 나갈 수 있다면 감리교회는 예전의 대()사회를 향한 영향력을 회복하고 다시 부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참석자 모두가 파트를 나누어 발표하고 질의와 토론으로 내용을 숙지한 책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
참석자 모두가 파트를 나누어 발표하고 질의와 토론으로 내용을 숙지한 책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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