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부천에서 매일 무료급식 사역을 이어가는 박덕기 목사 방문해 섬기고 격려
-1년 365일 쉬지 않고 급식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은혜!

정연수 감독이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줄 밥을 퍼고 있다. (정연수 감독 왼쪽은 장로회중부연회연합회장 이경복 장로)
정연수 감독이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줄 밥을 퍼고 있다. (정연수 감독 왼쪽은 장로회중부연회연합회장 이경복 장로)
'희망을 나누는 이웃사랑 무료급식' 현수막...1998년부터 함께 해 온 역사의 증표다.
'희망을 나누는 이웃사랑 무료급식' 현수막...1998년부터 함께 해 온 역사의 증표다.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 무료급식 봉사 약속 지키기 위해 참여

지난 11월 2일(월) 찬 바람을 가르고 무료급식이 이루어지는 부천역 북부광장을 향해 기자가 출발한 시각은 06시, 추운 날씨였다. 차의 안내판에 기록된 바깥 기온은 섭씨 5도. 부천역에 도착한 시각은 06시 45분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초겨울의 문턱에 들어서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차디찬 기온을 온 몸으로 받았고, 몸은 자동 반사적으로 움츠려들며 스스로를 방어했다. 연신 손을 비비며 무료급식이 이루어지는 광장을 향했다.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몇몇 봉사자들의 손길이 보였고, 중부연회 관계자들도 보였다. 조금 지나자 중부연회 총무 조인현 목사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정연수 감독도 도착했다. 급식이 약속된 07시 전에 정연수 감독을 비롯한 총무와 연회 평신도 지도자들로 구성된 봉사자들이 모두 모였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던 스탶들 사이로 박덕기 목사의 모습이 보였다. 노숙자들도 추워진 탓인지 평상시보다는 많지 않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급식 준비가 거의 끝나자 박덕기 목사가 모인 사람들을 향해 “오늘은 제가 속한 감리교회의 감독님께서 여러분을 격려하고 섬겨 주시기 위해 오셨다”고 안내한 후에 간단한 기도회를 시작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모두의 몸이 움츠려 들었지만, ‘여기에 모인 우리’를 찬양하는 모든 이들의 모습에서는 힘이 묻어났다. 급식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찬송가를 보면서 따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오랫동안 무료급식 사역을 이어 온 박덕기 목사의 헌신이 맺은 열매임을 알 수 있었다.

설교하는 정연수 감독
설교하는 정연수 감독

찬송이 끝나고 곧바로 정연수 감독의 말씀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임을 감안해 빠르게 진행하려는 박 목사의 뜻을 알아차린 정 감독은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눅 12:33~34>을 본문으로 ‘공통분모’에 대해 말씀했다. 성경에 ‘보물’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말로 시작한 정 감독은 성경에서 말하는 보물의 뜻은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언급하면서 “구제하여 배낭을 만들면 그게 보물이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예수님도 구제하라고 말씀하셨다”는 말로 구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성경의 인물 중에 구제를 많이 한 고넬료와 다비다를 예로 들면서 “서로 나누고 베푸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공통분모의 마음”이라고 했다.

바울과 바나바는 이방인 전도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에 헤어지기로 했지만,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이었던 것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섬기는 일”이었다고 한 정 감독은 그 마음을 ‘공통분모’라고 했다. 그것이 갈라디아서 2장의 내용이라고 부연하면서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공통분모를 통해 우리가 만났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뜻에서 우리는 뿌리, 곧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이 공통분모를 지닌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한다”는 말로 마쳤다.

설교 말미에 22년 동안 변함없는 마음으로 이 사역을 이어 온 박덕기 목사를 격려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정 감독이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공식 업무로 이른 아침 이곳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박덕기 목사의 사역에 대해 알게 되었고, 박 목사를 만나 “당선되면 첫 번째 공식 발걸음으로 급식 장소를 찾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하면서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급식을 위한 후원비를 전달했다. 후원비는 중부연회에서 준비한 것과 정 감독이 섬기는 효성중앙교회가 준비한 것이었다.

이처럼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감독 업무를 시작한 정 감독의 모습에서 연회 표어로 내건 ‘I am a METHODIST'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축도 전에 정연수 감독이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설명하고 있다.
축도 전에 정연수 감독이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설명하고 있다.
후원금을 전달하는 정연수 감독
후원금을 전달하는 정연수 감독

정 감독의 축도로 기도회가 끝나고 곧바로 급식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 기다리던 분들에게 따뜻한 밥과 된장국, 그리고 세 가지의 반찬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마치 ‘작은 초대교회’를 연상케 했다. 정 감독은 ‘밥 퍼는 목사’가 되어 따스한 마음 가득 채워 연신 식판에 밥을 담았고 차례대로 나누어 주었다. 찬 바람을 맞으면서 밥을 기다리는 이웃들에게 미소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정 감독의 얼굴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느낄 수 있었다. 교회가 회복해야 할 귀중한 가치를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많지 않은 인원으로 인해 급식은 30분 이내로 마무리 되었다. 중부연회 평신도 지도자들로 구성된 봉사자들과 스탶들이 빠르게 정리를 끝내고 박덕기 목사의 안내로 급식장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강영길 권사(복음교회)가 봉사자들에게 국수로 섬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수 장사를 하면서도 매월 일정량을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다는 강 권사에 대한 소개를 받은 정 감독은 봉사자들과 함께 축복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권사님은 국수로 봉사자 모두를 섬겼다. 차디찬 바람과 기온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에 녹아져 내렸고 봉사자들의 마음은 온기로 가득찼다.

정연수 감독이 포장마차에서 국수와 오뎅 장사를 하면서 매월 100그릇을 무료로 나누어 준다는 강 권사를 향해 축복기도 하고 있다.
정연수 감독이 포장마차에서 국수와 오뎅 장사를 하면서 매월 100그릇을 무료로 나누어 준다는 강 권사를 향해 축복기도 하고 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매월 100그릇을 섬기는 강 권사. 아멘~ 소리가 사방으로 울릴만큼 우렁찼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매월 100그릇을 섬기는 강 권사. 아멘~ 소리가 사방으로 울릴만큼 우렁찼다.

 

부천의 밥 퍼 목사-박덕기 목사의 희망 나누기

한편, 기자는 급식이 마무리 되던 시간에 박덕기 목사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박 목사는 1998년 부천 소사구에 위치한 은하수공원에서 급식사역을 시작했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정리해고와 부실기업 통폐합 등이 이루어졌고, 그 때문에 가족체계가 붕괴되어 노숙자들이 급속히 늘어난 시기이다. 부천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박 목사는 ‘노숙자들이 식사라도 따뜻하게 한 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그해부터 무료급식을 해 오고 있는 중이다.

1998년 은하수공원에서 ‘희망을 나누는 이웃사랑 무료급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사역은 2014년까지 17년 동안 이어졌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어 간 17년 동안의 헌신과 섬김을 구청이 인정하여 2015년 4월 소사구청장 이름으로 공원의 무료급식터에 있는 바위에 ‘이웃사랑 선행비’를 새겼다. 선행비에 새겨진 문구는 아래와 같다.

이곳 은하수어린이공원은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를 맞아 어려운 시기에 이 지역출신 이웃사랑교회 박덕기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가난하고 힘들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1998년부터 2014년까지 17년 여간 무료급식과 이.미용을 실시하고 결식아동을 돌보던 곳입니다.

이제 나라와 지역사회가 안정되어 무료급식과 아동센터 운영은 중단되었으나 이웃이 어려운 때에 떨쳐 일어나 헌신 봉사해 준 사랑손 박덕기 목사와 교인들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지역사회 봉사와 이웃사랑 실천에 앞장 서 주기를 소망합니다.

2015년 4월 따뜻한 봄날에
부천시 소사구청장  

소사구청장이 세워준 '이웃사랑 선행비' 앞에서
소사구청장이 세워준 '이웃사랑 선행비' 앞에서
'이웃사랑 선행비' 내용
'이웃사랑 선행비' 내용

은하수공원에서 17년의 무료급식 사역을 마치고 교회 목회를 하면서 요양원 봉사를 비롯해 포항지진 봉사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박 목사는 "가난은 나랏님도 어찌 못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웃사랑의 마음을 안고 지역사회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다니며 작은 힘이마나 보탰다"고 했다.

모든 여정을 하나님께 물으며 진행했던 박 목사는 작년 여름에 "또 제가 가야 할 곳이 어디입니까?" 라고 기도했고, 그 기도에 하나님은 환상을 보여 주시는 것으로 답했다고 한다. 부천역 마루광장에 먹을 것이 없는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 노숙자 두 명을 보여 주신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부천역에 나가 보니 거짓말처럼 노숙자 두명이 있었고 그들을 보자마자 무료급식이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부천역에서 노숙자를 만난 박 목사는 놀랐다고 한다. 부천역에는 노숙자가 없는 줄 알았기에 뜻 밖의 노숙자를 만난 그 날, 하나님의 마음을 느꼈다고 했다. 곧바로 무료급식을 준비했고 2019년 9월 1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부천역에서 만난 두 노숙자들에게 급히 마련한 음식을 전했다.
부천역에서 만난 두 노숙자들에게 급히 마련한 음식을 전했다.

특이한 것은 대개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이 섬김을 매일 한다는 것이다. 매주 월,화,토,주일은 부천역 8번 출구에서 아침 7시에 조식을 나누고, 매주 수,목,금요일은 부천역 7번 출구에서 12시에 점심을 나눈다. 이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365일 동안 한다는 박 목사에게 재정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다.

별도의 조직화된 후원자들 없이 그저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박 목사의 대답이었다. 누군가 SNS에 올린 내용을 보고 후원한 이들도 있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들어온 후원금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모인 ‘성금’이 매일 무료급식의 자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지사성’(有志事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것을 박 목사는 몸으로, 경험으로 말해 주었다. 박 목사는 "돈과 조직 없이 이 일을 했는데 하나님께서 그때마다 도울 사람을 보내 주셔서 지금까지 왔다"며 겸손해 했다. 물론 중간에 어려움도 있었고 인간적인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하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그만해도 된다고 말씀하지 않아 계속 해 가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역을 이어가기 위한 기도제목을 묻는 기자에게 박 목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질텐데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급식하기 전에 예배를 제대로 드리기를 소망하는데 공간 없이 이렇게 바닥에서 하다 보니 어렵다”고 말한 박 목사에게는 더 하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었다.

“노숙자들에게 복음을 잘 전해서 세례도 주고 싶고, 상담도 하고 싶다. 그런 돌봄을 통해 그들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사역을 위해서라도 공간이 필요하다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무료급식을 하기 위해 드라마 <대장금>을 총지휘한 인간문화재 한복려 씨에게 궁중음식을 이수했다는 박 목사는 앞으로 k-food 와 자활자립, 그리고 자비량(대안교회 이중직목회)사역에 접목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노인과 노숙인들에게 건강식을 제공하기 위해 집안에서 5대째 내려오는 간장비법을 이용해 해마다 직접 메주를 만들어 담근 장으로 급식하고 있다고 했다.

'구제'의 사전적 의미는 ‘불행이나 고통 속에 힘들어 하는 이를 돕거나 구해 주는 일’이다. ‘돕거나 구해 준다’는 것은 단순히 먹을 것을 주거나 돈을 준다는 의미 이상이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구제는 의무적인 행동이 아니라 식탁에 초대하여 기도와 관심을 통해 사랑을 전하는 거룩한 사역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의 구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구제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도 바울이 <고전 13:3>에서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 언급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1998년부터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숙자들을 끌어안고 ‘밥’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눠 온 박덕기 목사의 ‘희망 나누기 밥 퍼’ 사역은 잘 가꾸어 가야 할 또 하나의 귀중한 감리교회 자신이라고 할 것이다.

‘희망을 나누는 이웃사랑 무료급식’에 따뜻한 마음을 보태고 싶은 이들은 박덕기 목사에게 연락하면 된다. (☎010-7321-3476) 

예배를 준비하는 박덕기 목사와 노숙자들
예배를 준비하는 박덕기 목사와 노숙자들
예배 장면
예배 장면
정 감독과 봉사자들이 급식을 하고 있는 중간에 중부연회 총무 조인현 목사와 대화하는 박덕기 목사
정 감독과 봉사자들이 급식을 하고 있는 중간에 중부연회 총무 조인현 목사와 대화하는 박덕기 목사
모인 이들이 기도회에 진진하게 참여하고 있다.
모인 이들이 기도회에 진진하게 참여하고 있다.
찬송을 부름으로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찬송을 부름으로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식사하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사랑과 섬김의 마음을 담아 배식하는 정연수 감독
사랑과 섬김의 마음을 담아 배식하는 정연수 감독
사진 왼쪽부터 구자형 장로(여장로회장), 박덕기 목사,정연수 감독, 이경복 장로
사진 왼쪽부터 구자형 장로(여장로회장), 박덕기 목사,정연수 감독, 이경복 장로
정연수 감독과 함께 한 모든 봉사자들
정연수 감독과 함께 한 모든 봉사자들
요양원에서 이미용 봉사하는박덕기 목사
요양원에서 이미용 봉사하는박덕기 목사
포항지진 현장을 찾아 봉사하고 있는 박덕기 목사(현수막의 '웨슬리 사회봉사단'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포항지진 현장을 찾아 봉사하고 있는 박덕기 목사(현수막의 '웨슬리 사회봉사단'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 '대장금'을 총지휘한 한복려 씨에게서 궁중음식 이수증을 받는 박덕기 목사
드라마 '대장금'을 총지휘한 한복려 씨에게서 궁중음식 이수증을 받는 박덕기 목사
해마다 직접 메주를 만들고 5대째 내려오는 간장제조법으로 노숙인들의 건강을 위한다.
해마다 직접 메주를 만들고 5대째 내려오는 간장제조법으로 노숙인들의 건강을 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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